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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모스크바 공방전>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뿌린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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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프

2012. 1. 31. 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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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뿌린 전투. 1941년 후반기 모스크바 공방전



2차 세계대전은 미국 vs 독일, 일본의 전쟁?


2차 세계대전은 이견이 필요 없는 인류 최대의 비극적인 전쟁으로 많은 매체들을 통해 유명해졌다. 가장 널리 2차 세계대전을 알린 것은 아마 영화일 것.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피아니스트> 등 수많은 영화들이 인류의 가장 어두웠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상업적 영화를 제작하는 곳은 미국의 할리우드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수행한 전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많은 영화들이 미-일의 태평양 전쟁과 연합군-독일의 서부전선을 소재로 삼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차 세계대전’ 하면 특유의 철모를 쓴 독일군과 무모한 착검돌격을 하는 일본군을 상대로 영웅적인 미군이 싸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또 다른 전선인 독일-소련의 동부전선은 영화 <에너미 앳더 게이트>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제외하면 잘 기억되지 않는다.


 

동부전선의 참상을 다룬 몇안되는 전쟁영화인

<에너미 앳더 게이트>와 <스탈린그라드>


하지만 전사자 통계만 들춰봐도 동부전선에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말이 있지만 독소전(동부전선)의 양측 전사자 규모에 비하면 태평양 전선과 서부전선은 애들 장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 두 거인이 충돌했다고 말할 수 있는 독소전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모스크바 공방전’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와 소련의 스탈린

독소전은 이 두 못된 미친놈의 싸움이라고 할수 있다.


두 거인의 싸움


1941년 여름, 서유럽을 집어 삼키고 영불해협을 두고 영국과 치고받던 독일의 히틀러는 전투가 정체되자 동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소련을 치기 위해 많은 부대를 차출했고 그렇게 6월 22일에 그 유명한 바바롯사 작전을 시작으로 독소전이 시작. 크게 3갈래 (북부, 중부, 남부집단군)으로 나뉜 독일 지상군은 그해 여름이 다 지나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넓이의 소련 영토를 점령한다. 그 중 2개 군과 2개 기갑집단으로 구성된 가장 거대한 전력의 중부집단군이 민스크-스몰렌스크-모스크바 축선의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1941년 바바롯사 작전 이후 소련 영토 깊숙이 빠르게 밀려들어간 독일군


작전 초기에는 개전 4개월 안에 모스크바를 점령하고자 했던 히틀러였지만 모스크바의 길목인 스몰렌스크에서 소련군의 격렬한 저항, 가을비로 인한 최악의 진격로, 남부집단군을 지원하라는 히틀러 자신의 병맛같은 명령으로 인해 모스크바로의 진격은 지지부진했다. 가을을 다 보낸 9월 30일이 되어서야 ‘태풍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중부집단군의 본격적인 모스크바 진공작전이 시작된다. 여기엔 독일의 3개 기갑군과 1개 항공군의 지원을 받는 3개 야전군이라는 병력만 따져도 100만이 넘는 규모가 동원되었다.


지금도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는 히틀러에게 가장 중요한 군사/정치적 목표였다. 스탈린 또한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소련의 미래가 모스크바 방어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3개 전선군인 125만의 병력과 모스크바 후방에서 새로 창설해 증원될 사단들을 무제한으로 설정해 총력전을 펼칠 것을 계획한다. 다가오는 독일군에 대비해 모스크바 시민들이 모두 동원되어 참호와 대전차진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공격자에게는 최악인 가을 러시아의 ‘라스푸티차’ / 계속된 치열한 공방전

풍전등화의 모스크바


하지만 파죽지세의 독일군은 1차 방어선이었던 르제프-비야즈마 방어선을 포위 섬멸해 무려 70만명에 달하는 포로를 잡고 모스크바 방위군 전력의 40%를 앗아간다. 이때까지는 독일군의 장기였던 전격전을 잘 써먹었지만 가을비가 진격로에 ‘라스푸티차’라고 하는 진흙탕을 형성하면서 진격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스크바 외곽의 소련 병사들이 피로 시간을 버는 사이 스탈린은 모스크바의 방어선을 더욱 강화시키고 전투를 소모전 양상으로 끌고 간다. 그래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의 독일군은 10월 13일 모스크바 근교 도시 ‘모자이스크’에 형성된 2차 방어선에 도달해 서로의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공방전에서 독일군이 정면에서의 압박과 남북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해 이곳 방어선도 서서히 허물어져 갔다.


소련에게 절망적인 이 무렵, 11월 7일은 소련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중 하나인 ‘10월 혁명’기념일이었다. 스탈린은 풍전등화 같은 위기이지만 모스크바 시민들의 사기를 다잡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붉은 광장에서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레닌의 깃발 아래서 승리를 향해 앞으로!” 라고 끝맺은 정열적인 연설을 한다. 연설문에 내용에 어울리게 퍼레이드에 참여한 병력은 그대로 전선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이런 드라마틱한 일도 있었지만 실제로 스탈린은 그 당시 미칠듯한 스트레스로 인해 산송장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문자 그대로 ‘총력전’. 방어선 구축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이 동원되었다/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10월 혁명’ 기념일의 퍼레이드, 이 병력들은 행사 후 그대로 전선으로 달려간다


모스크바에서 겨우 100km도 안되는 곳에 형성된 포위망에서 소련과 독일군은 계속해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여전히 소련군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지만 끊임없이 시간과 독일군의 피를 강요한 끝에 결국, 그 무섭다는 12월 소련의 동장군이 찾아온다. 초겨울에는 진흙탕 길이 얼어붙어 독일군 진격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방한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독일군에게 동부전선의 첫 겨울은 재앙과도 같았다.



전세의 역전


독일군의 공격이 전면 중지된 사이 소련군은 사력을 다해 전력을 회복시킨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극동 시베리아에 배치된 병력을 수천km 서쪽으로 수송해왔고 새로운 사단을 급조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동원해 전선을 보강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모스크바 시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비밀경찰이 불순분자들을 무단으로 처형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혈을 쥐어짜며 사력을 다해 방어를 한 끝에 12월 5일에는 서서히 소련군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다. 히틀러는 모스크바 진공에 참여한 전 독일군 부대에게 위치 사수 명령을 내렸지만 주코프 장군이 지휘하는 소련군이 서서히 양적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독일군이 밀리기 시작하고 이듬해 1월 7일까지의 반격작전을 통해 소련은 우리나라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모스크바의 서쪽 근교 도시들을 모두 수복한다.


 

전세 역전. 점령지의 회복 / 소련군에 항복하는 독일군 병사들, 방한장구의 차이가 눈에 띕니다


 

사실상 소련의 첫 전략적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모스크바 공방전은 이후 전쟁 양상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가장 압도적이었던 전력의 독일 중부집단군의 세력이 한풀 꺾였고 북부의 북부집단군은 레닌그라드에서 오래도록 정체되었다. 결국 히틀러는 남부집단군에 주목했고 그래서 벌어진 너무나도 유명한 전투가 194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벌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 모스크바 전투가 히틀러의 자존심을 꺾고 전쟁을 반전시킨 전투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해준 셈이다.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를 뺏고 지키려던 3개월간의 전투는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만들어 냈다. 워낙 큰 수치라 기록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14만 5천명의 독일군과 90만명의 소련군이 모스크바전투에서 사상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군의 병력을 60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일개 전투에서 이런 사상자가 나왔다는게 말도 안된다는 사실. 서부전선의 가장 큰 격전 중 하나인 1944년의 발지전투가 고작(?) 도합 4만명의 사상자가 난 것에 비교하면 동부전선의 규모와 비상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모스크바 시민 중 각종 노역에 동원되거나 아사, 동사한 민간인이 있다는 사실, 또 이후의 반격 작전에서 절반가량의 사상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피로 대지가 물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모든 전쟁의 비극이지만 그 중에 2차세계대전, 그 중에서도 독소전은 인류 최대의 비상식적인 비극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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