专栏/前作-废墟图书馆中-尹东柱-诗句整理

前作-废墟图书馆中-尹东柱-诗句整理

2023年12月19日 23:10--浏览 · --喜欢 · --评论
鬼渊路在彼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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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소문-谣言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两只手在口袋里摸索,在前进的路上走着。-摘选自尹东柱的'길'(路)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도시 괴담-都市怪谈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人们啊 在太阳落山之前没有时间去想这首曲子终结之时的恐怖-摘选自尹东柱的'삶과 죽음'(生命与死亡)


삶과 죽음

윤동주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나는 이것만은 알았다.

이 노래의 끝을 맛본 이들은

자기만 알고,

다음 노래의 맛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하늘 복판에 아로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냐.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도시 전설-都市传说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我在散发着香气的房间里闻到了祭品伟大的芬芳。摘选自尹东柱的'초 한대'(一支蜡烛)


초 한대-

윤동주

초 한대-

내 방에 풍긴 향내즉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깔비뼈 같은 그의 몸,

그리고도 그의 생명 인 심지(心志)까지

백옥 같은 둔물과 피를 흑려

불살라 버린다.

그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가듯이

암흑 이 창구멍으로 도망간

나의 방에 풍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도시 질병-都市疾患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他说我没病。摘选自尹东柱的 '병원'-'医院'-病因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도시 악몽-都市梦魇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梦醒了,塔塌了-摘选自尹东柱的 -'꿈은 깨어지고'-梦醒了


꿈은 깨어지고

윤동주


꿈은 눈을 떴다.

그윽한 유무(幽霧)에서


노래하던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날 봄타령하던

금잔디 밭은 아니다



탑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 탑이

하루 저녁 폭풍에 여지없이도


오-황폐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도시의 별-都市之星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我给每个星星都起了美丽的名字。-摘选自尹东柱的'별 헤는 밤'-数星星的夜晚



별 헤는 밤

数星星的夜晚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季节变换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秋意渲染天空。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我无忧无虑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仿佛要数尽漫天繁星。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刻在我心上的几点繁星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数不尽、数不明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因为到来的黎明,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因为剩余的夜晚,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因为我还没有结束的青春。

 


별 하나에 추억과

一颗星星是回忆

별 하나의 사랑과

一颗星星是爱恋

별 하나에 쓸쓸함과

一颗星星是凄凉

별 하나에 동경과

一颗星星是憧憬

별 하나에 시와

一颗星星是诗歌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一颗星星是母亲,母亲,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母亲,我给每个星星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都起了美丽的名字。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小学同桌的名字和,

패, 경, 옥

贝、景、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这些异国少女的名字和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已经成为孩子母亲的女孩子的名字,还有穷邻居的名字,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鸽子、小狗、兔子、骡子、獐子、小鹿,还有弗朗西斯·雅姆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和莱内·马利亚·里尔克这些诗人的名字。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他们都在遥不可及的地方。

별이 아스라히 멀듯이,

恍如星星一样遥远,

어머님,

母亲,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还有您,也在遥远的北间岛。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我思念所有一切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在洒满星光的山岗上

내 이름자를 써 보고,

写下我的名字,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再用泥土掩埋。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彻夜鸣叫的虫子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因为羞愧的名字而悲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如果寒冬过去,春天也能走向我的星星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如同坟头上绿草茵茵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在写有我名字的山岗上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青草也会肆意生长吧。

별헤는밤

윤동주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색여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것은

쉬이 아츰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내일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과

별 하나에 詩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식 불러봅니다。 小學校소학교 때 冊床책상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홈과 佩패、鏡경、玉옥 이런 異國少女이국소녀들의 일홈과 벌서 애기 어마니 된 게집애들의 일홈과、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홈과、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ᅋᅮ랑시쓰·쨤」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일홈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에 게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러워

이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일홈자를 써보고、

흙으로 덥허 버리엿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일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一九四一、十一、五.)[4]


그러나 겨을이 지나고 나의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일홈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 할게외다。


[1] Francis Jammes. 프랑스의 신고전파 시인이다. <새벽종으로부터 저녁종까지> 등을 쓴 시인으로, 특히 명시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로 유명하다. 왜 프랑스 시인인데 이름이 프랑수아가 아니라 프랑시스인가 하면, 이 시인은 프랑스인이 아닌 바스크족 출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시를 썼지만 프랑스 주류 문학계가 있던 수도 파리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고 고향인 피레네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내며 활동했기 때문에 조국인 프랑스에서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1915년에 쓴 전원생활을 다룬 시들이 일본에 알려졌고, 이 때 알려진 시가 윤동주에게까지 전해진 듯하다.

[2] Rainer Maria Rilke, 오스트리아의 시인. 시 <내 눈을 감기세요>, 소설 <말테의 수기>로 유명하다.

[3] '따는' 은 잘못된 표현이다.

[4] 원문에서는 이 날짜 표시가 이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어지는 마지막 연은 정병욱의 평가를 듣고 나중에 윤동주가 추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5] 흔히 혓바닥을 셋바닥/솃바닥, 형님을 성님이라 부르는 현상과 같다. s/sh와 h는 여러 언어에서 서로 교체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6] "버리었습니다."가 "버리었읍니다."로 되어있다.(2010버전)

[7] 인근에 위치한 여성 발달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한 모임 '맑음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필가인 장영희 서강대학교 교수의 사후 유족들이 기탁한 기부금으로 세워졌다.

[8] 이 때 궁서체 자막으로 "홍철아, 우정의 무대 찍니?"라고 나갔다.

[9]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불순물-杂质


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我活着,只是,为了寻找丢失的所有-同样摘选自尹东柱的'길'(路)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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